현대 음악 치료 사례와 활동영역
역사적으로 음악의 치료적 사용에 대한 최초의 문헌 기록은 성경에 있습니다. 성경 사무엘 상 16장 23 절에는 “하나님께서 부리시는 악령이 사울에게 이를 때에 다윗이 수금을 들고 와서 이를 탄즉 사울이 상쾌하여 낫고 악령이 떠나더라.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시기는 약 기원전 11세기이고 종교적으로 엄격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서의 일입니다. 이 기록을 해석해 보면 당시 심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던 사울왕을 다윗이 음악으로 치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음악이었을까요? 환자는 왕입니다. 그것도 이스라엘의 왕이죠. 백성들은 이 왕은 당연히 하늘의 축복을 받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이 왕이 정신의 문제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당시 우울증과 같은 정신의 문제는 신의 저주, 또는 악령이 쓰인 것으로 여겨졌는데 왕이 이런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니, 지금도 그렇지만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건강은 특급 비밀이죠. 아마 이런 심각한 문제는 철저히 숨겨야 할 사안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로서는 주술 외에 별다른 치료법을 찾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비공개적으로 사울왕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공식적이면서 왕의 비밀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음악뿐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문화에서 음악연주회는 왕을 기쁘게 하기 위한 당연한 의례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 측근 다윗을 불러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수금을 연주하게 하였고 그 음악을 통해 오늘날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스트레스, 우울, 불면, 강박과 같은 마음의 병을 없애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다윗은 사울왕을 위하여 어떠한 연주를 해 주었을까요? 기록은 사용된 악기가 하프류의 악기라는 것만 말해줄 뿐 음악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상상만 할 뿐이죠. 이제는 우리도 들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음악치료 일화를 알아보겠습니다.
음악치료 사례
이 음악은 여러분도 익숙하실 것입니다. 1741년경에 러시아의 카이저링크 백작은 업무를 보기 위해 독일 라이프치히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음악 애호가였던 백작은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날이면 골드베르크라는 하프시코드 연주자에게 음악을 연주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면증은 좀처럼 낫질 않았죠. 카이저링크 백작은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면제 대용으로 쓰일 수 있는 곡을 바흐에게 의뢰했고, 바흐는 자신에게 궁정 음악가의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백작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 곡을 작곡해 보냈다고 합니다. 실제로 카이저링크 백작은 이 작품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였고 “나의 변주곡”이라고 부르며 골드베르크에게 자주 연주를 주문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음악이 오늘날 바흐의 피아노 연습곡으로 유명한 골드베르그 변주곡(Goldberg Variation BWV. 988)입니다. 당시 백작의 개인 연주자였던 골드베르그의 이름을 따서 바흐가 골드베르그 변주곡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화로 이 음악은 시중에 불면증에 좋은 음악으로 팔리고 있죠. 이 두 개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치료는 공식적인 학문으로 연구되기 이전부터 이미 왕과 귀족과 같은 특권층의 사람들에게 심신의 안녕을 위해 치료적으로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세기 들어서 전문 학문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 그 과정에는 세계전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전쟁은 인류에게 끔찍한 상처를 남겼지만 또 다른 이면에는 심리학과 심리치료가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대표적인 수혜가 음악치료죠. 2차 대전 후 미국에서는 전쟁에 참여했던 많은 병사들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당시 레코드 산업의 부흥으로 병원에서 음악을 사용하는 데 관심을 높았습니다. 음악은 병원에서 주로 환자들의 오락을 위해서 사용되었고, 때론 밤에 불면을 돕는 도구로, 수술실에서는 수술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신체적 통증을 분산시키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죠. 병원에서의 이러한 다양한 음악활동이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중재라는 것이 인정되면서 음악치료는 새로운 보완적 의료중재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음악 치료의 시작
1950년 미국에서 전국음악치료사 협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고 각 대학에서 음악치료 전공이 개설되면서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현대 음악치료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6년 숙명여대에서 처음 대학원에 음악치료학과가 개설된 이후 현재 전국에 약 20여개 대학에서 음악치료학 또는 예술치료학과에서 음악치료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학에서 전문 음악치료사를 훈련시키고 교육시킨다는 것은 음악치료사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음악치료사는 어디서 어떤 대상의 사람을 위해 일하는지 활동 영역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악치료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이 우울할 땐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나요? 스트레스에 좋은 음악이 무엇이죠? 똑똑하게 만드는 음악이 있습니까? 등 음악치료사가 하는 일에 대하여 음악 처방사로 생각합니다. 마치 약국에서 머리 아플 때 아스피린, 감기에 쌍화탕 같은 약을 처방 받는 것처럼 자신의 심리상태와 증상에 맞는 음악을 처방 받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음악치료사는 음악처방사이기보다는 음악으로 내담자와 소통하고, 음악으로 내담자를 진단하고, 중재하고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일회성 기분전환에 어떤 음악이 좋은지 처방해 주는 일보다는 음악으로 내담자를 이해하고 음악으로 내담자를 치료하여 내담자의 음악 외적인 영역에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사람이죠. 예를 들어 치매노인을 위한 음악치료에서 음악치료사는 치매노인의 음악적, 비음악적 정보를 바탕으로 내담자를 진단평가하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인지기능 향상을 위해 어떤 음악을 어떻게 사용할지 구체적인 중재전략을 세웁니다. 그리고 음악치료 후 음악치료를 통해 내담자가 얼마큼 어떻게 변화했는지 평가합니다. 음악치료 회기를 영어로 session이라고 하는데요. 세션이란 말은 연속성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음악치료는 다른 심리치료와 마찬가지로 진단부터 평가까지 연속선상에서 내담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음악을 통해 음악 외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중심의 치료입니다.
음악치료사의 활동영역
그럼 음악치료사의 활동 영역, 임상현장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음악치료사는 어디서 일하나요? 미국에서 음악치료가 처음 시행된 곳은 병원이었습니다. 1950년대 음악치료 시작 초기 음악치료사가 일하는 곳은 그 중에서도 주로 정신병원이었죠. 이후 음악치료는 정신병원에서 일반병동으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전문화되어 갑니다. 일반 병동이나 호스피스병동에서 통증이나 불안감소를 위한 목적으로 음악치료가 시행되기도 하고, 때론 수술 전후 안정을 위해 시행되기도 합니다. NICU라고 불리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도 음악치료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치료입니다. 아 물론 이것은 미국의 경우입니다. 병원에서의 음악치료는 보시는 것처럼 보조적으로 때론 직접적인 재활치료로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에는 음악이 재활의학과나 신경과에서 환자의 신체재활을 위한 과학적인 방법의 음악치료가 연구되고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죠. 그런데 음악의 치료적 사용에 대한 범위가 넓어지면서 '음악치료'라는 학문적 임상적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 음악치료사 협회는 음악치료와 음악치료사의 전문성을 명확히 하고자 음악치료와 음악치료라고 정의할 수 없는 음악활동을 구분합니다. 음악의 긍정적 활용이지만 음악치료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것으로는 병원의 로비에서 환자를 위한 작은 음악회, 학교 또는 병원에서의 특별 공연, 치매 노인에게 과거 자신의 좋아했던 노래들 들려주는 것,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배경음악을 들려주는 것 등 전문 음악가들이 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공연 또는 간호사, 복지사와 같은 의료사회복지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환자를 위해 음악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음악은 모두 환자에게 치료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음악치료라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음악치료사는 임상적으로 대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구체적인 음악중재를 구상하고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파킨슨 환자의 운동 능력 향상을 위한 음악치료 작업, 뇌손상으로 언어능력을 상실한 환자의 언어능력 회복을 위한 음악치료 작업, 자폐아동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음악치료 작업, 입원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한 음악치료 작업, 우울증 환자를 위한 음악심리치료 작업 등 이런 것들을 들 수 있습니다. 즉 음악치료는 치료적 관계 내에서 개인의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자격을 갖춘 음악 치료사가 음악 중재를 하는 것입니다. 이때 치료사의 음악 중재는 치료로서 근거에 기반 한 임상적 사용이여야만 합니다. 미국 음악치료사 협회에서 정의하는 음악치료를 요약하자면 2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는 음악치료를 행하는 사람이 반드시 자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자격을 갖춘다는 것은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음악치료를 전공하고 음악치료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여 공인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국내 전국음악치료사협회도 이와 동일한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부여합니다. 두 번째로는 음악치료사의 중재가 임상적이고 근거 중심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통증 감소를 위해 환자가 선호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음악의 활용입니다. 반면 내담자의 통증에 대한 지각 정도를 관찰, 측정하고 통증에 집중하는 것을 음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음악의 정서가, 환기정도, 내담자의 선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치료사의 중재입니다. 음악의 치료적 사용은 오랜 시간 시대와 문화를 넘어 언제나 있어왔던 인간의 고유한 행위였습니다. 음악치료사라는 이름으로 불려지지 않았을 뿐 음악을 치료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때론 주술사일 때도 때론 전문 뮤지션일 때도 있었습니다. 1950년대 이후 음악치료가 학문적으로 임상적으로 전문 영역으로 인정되면서 음악치료사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학교가 생기고 새로운 직업군으로 등장한 것이죠. 그리고 음악치료의 전문성이 인정되면서 음악치료사들은 의료기관, 사회복지기관, 교육기관, 연구기관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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