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의 효과와 사용 목적

배경음악의 효과와 사용 목적

배경음악의 효과와 사용 목적
배경음악의 효과와 사용 목적

여러분은 혹시 일상에서 음악에 중독되어 살고 계시지는 않나요? 아침에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공부하면서, 운동하면서, 집안일하면서, 일하면서 늘 배경음악을 깔아놓으시고 생활하시지는 않나요? 배경음악이 없으면 일이 안 되는 음악 중독자는 아니신가요? 음악 중독이라는 개념이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처럼 역기능적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음악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되시는 분은 분명 음악 중독이십니다. 여기 사진은 100여 년 전 서울의 전차 모습과 현재 서울 지하철의 보습을 비교한 것입니다. 현대의 사람들은 손에 작은 기기에 몰입하고 있죠. 이 중 일부는 아마 음악을 듣고 있을 것입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기분조절을 위해, 심심해서, 현실세계에서 잠시 도피하기 위해 또는 습관적으로 배경음악을 선택적으로 설정하고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도적인 배경음악의 사용 이외에 현대를 사는 우리는 끊임없는 음악의 홍수에 노출되어 있다는 걸 아시나요? 그리고 그 음악들이 우리의 행동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배경음악의 의미

우선 배경음악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배경음악. Background music 우리는 줄여서 BGM이라고도 부르지요. 배경음악은 말 그대로 우리의 이목을 끌지 않고 주의집중의 대상이 아닌 음악을 말합니다. 정확한 정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감상하지 않는 음악'이라는 것이죠. 영어로 표현하자면 listening이 아닌 hearing을 위한 음악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떤 환경의 배경음악을 듣고 '와 여기 배경음악 너무 좋다'라고 말하면 그것은 배경음악이 아닌 전경음악 foreground music이 됩니다. 왜냐하면 다른 것보다 음악이 여러분의 이목을 먼저 끄는 일차적인 전경에 떠올랐기 때문이죠. 배경음악의 기능은 사람들의 의식적 이목을 끌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 최초의 사용은 1920년대 미국의 무작(muzak)이라는 회사에서 공장 노동자들의 단순노동의 지루함을 달래고 작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가사 없는 음악을 작업장에 송신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음악을 듣는 노동자들의 선호와 취향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음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사측에 의해서 정해집니다. 현재 배경음악의 기능적 사용은 우리 일상 곳곳에 있습니다. TV, 마트, 레스토랑, 백화점, 공공장소 등 배경음악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는 다양한 기능적 배경음악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배경음악이 우리 일상에서 함께 하는 걸까요?

상업적 목적을 가진 배경 음악

특히 상업적 목적을 갖는 영역에서 배경음악은 고도의 전력으로 사용됩니다. 그 목적은 단순하죠. 음악으로 우리의 행동을 조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듣는 배경음악이 우리의 행동을 조정한다는 것은 이미 마케팅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노스와 하그리브르는 슈퍼마켓의 와인코너에서 프랑스 음악과 독일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때 각 나라의 와인 판매율을 실험한 결과 독일 음악이 나올 때는 독일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2배 더 팔렸으며 프랑스 음악이 나올 때는 독일 와인보다 무려 5배 더 많이 더 빨리 팔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들 중 7명 중 1명만이 음악이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슈퍼마켓에서 느린 음악은 빠른 음악보다 사람들의 소비를 3분의 1 이상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논리는 간단한데요, 느린 음악은 사람들을 천천히 여유롭게 마트를 돌아보게 하여 더 많은 돈을 쓰게 한다는 것이죠.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음악이 소비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입니다. 그런데 행동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느낌과 사고도 배경음악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아시나요? 한 와인 시음회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1번부터 5번까지 번호가 붙은 와인의 맛을 평가하게 하면서 시음회 동안 드뷔시의 은은한 피아노 곡 '달빛'에서부터 극적으로 휘몰아치는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까지 점점 강한 음악으로 바꾸었습니다. 여기서 1번 와인과 5번 와인은 사실 같은 와인이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배경음악이 은은한 드뷔시의 '달빛'이었을 때 시음한 1번 와인은 부드럽고 은은하다고 평가를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5번 와인은 강하고 무겁다고 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또 음악은 사고·인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한 실험에서 대학 식당에 날마다 다른 배경음악을 틀어주고 식당 분위기에 관한 설문조사한 결과 이지리스닝 음악에서는 싸구려 같다는 느낌을, 팝 음악은 활기찬 느낌을, 그리고 클래식 음악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물론 실험 참여자들은 배경음악에 관한 사전 정보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식당을 평가한 것이었습니다. 배경음악이 무의식 중에 우리의 행동, 느낌과 사고까지 조정한다는 것은 음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 줍니다.

음악적 설득과 조정 구분

여기서 잠깐 음악적 설득과 조정을 한번 구분해 보겠습니다. 음악적 설득은 음악을 듣는 수용자가 전달자의 의도를 알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음악적 조정은 음악을 전달하는 전달자의 의도가 이기적이거나 숨겨진 채 수용자에게 전달돼 수용자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죠. 어찌 보면 모든 배경음악의 목적은 조정이지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광고 음악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광고되는 새로운 상품에 좋지도 싫지도 않은 중립적인 입장에 있습니다. 그 중립적인 입장에서 시각, 청각과 같은 주변 자극에 의해 긍정적 때론 부정적 이미지로 변화하게 되죠. 예를 들어 럭셔리 대형차 선전에 오페라의 아리아가 나오면 클래식 음악의 고급스런 이미지와 광고되는 차를 무의식 중에 동일시하게 됩니다. 즉 차의 고급스러운 사양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도 감각적 경로로 판매자의 의도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이죠. 광고에서는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경로로 광고 제품을 선전할 때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이때 음악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궁극적으로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감정을 갖게 함으로써 소비행동을 하게끔 조정합니다. 여기서 직접적인 행동은 소비이지만 간접적으로 해당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잠재적 소비자가 되는 것도 포함될 수 있겠죠. 최근 들어 배경음악의 광고성 사용은 정치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음악을 사용하여 정치체제의 우수성을 선전하고 국민의 충성을 설득하는 음악의 정치적 사용을 '프로파간다'라고 합니다. 독일의 나치가 음악을 정치적 선동과 설득을 위해 사용한 대표적인 예이죠. 음악의 정치적 사용은 이러한 국민적 선동에서 이제는 민주주의에서 선거에 득표를 위한 목적으로 로고송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됩니다. 선거 때만 되면 단순하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친숙한 대중가요를 개사하여 홍보에 사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음악 선거운동 중 하나로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왜 그럴까요? 외형적으로는 친숙하고 긍정적인 정서와 적절한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멜로디에 후보자를 선전하는 내용의 가사를 붙임으로써 효과적인 유세를 목적으로 합니다. 즉 음악의 설득적 사용입니다. 그러나 음악의 암묵적 역할은 음악의 긍정적 정서와 친숙함의 이미지를 후보자와 동일시하게 하고 개사된 가사 내용을 투표자들에게 무의식 중에 내면화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듣지 않는다고 하지만 거리에서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로고송이 무의식 중에 우리의 의식과 감정에 영향을 줍니다.

공공의 목적 - 배경음악

배경음악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1990년대 미국 뉴욕의 시장이었던 줄리아니는 그랜드 센트럴 역에 하루 종일 모차르트 음악을 배경으로 사용한 결과 범죄율이 33%나 줄었다고 합니다. 우범지역의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모차르트, 바하, 베토벤과 같은 클래식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 전략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영어권 나라에서는 매우 흔한 현상입니다. 왜 클래식이냐고요? 사실 구체적으로 클래식 음악의 어떤 요소 때문에 효과가 있었다는 음악 분석적인 연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우범지역에 클래식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더니 효과가 있었더라, 라는 결과만 있을 뿐이죠. 그러나 분명한 건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 환경은 범죄 행동도 조종한다는 것이겠죠. 배경음악은 공항, 엘리베이터, 공공장소에서 불필요한 소음을 가리고 긍정적인 청각 환경을 조성할 목적으로도 사용되는데요. 이것을 환경음악(milieu music)이라고 합니다. 이것 역시 대중을 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요. 배경음악은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개인적인 목적으로, 상업적인 목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공공의 목적으로 흔하게 사용됩니다. 그리고 배경음악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의 감정, 사고, 행동을 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 행동 조정에 저항감을 갖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수용합니다. 어쩌면 역사에서 어느 문화 어느 시대 특히 획일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와 정치에서 음악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하고 좋고 나쁨의 윤리적 잣대로 구별했던 이유가 바로 음악의 이러한 영향력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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