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감정 반응 종류와 현상

음악의 무엇 때문에 우리의 감정이 반응하는지 음악적 감정을 일으키는 메카니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음악심리학자 패트릭과 팀에 따르면 인간의 음악적 감정 반응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원시적 반응에서부터 경험과 학습에 의해 가지게 되는 반응까지 모두 7가지라고 합니다.
뇌간반사 반응
첫 번째가 뇌간반사(Brainstem Reflex) 반응입니다. 음악교육과 학습, 문화에 상관없이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서 반응하는 수준이지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을 듣다가 중간에 갑자기 나오는 큰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면 우리 몸의 뇌간이라는 부분이 무엇인가 긴박한 상황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을 촉진시킵니다. 그러다 이내 음악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흥분을 가라앉히죠. 뇌간반사 반응은 대뇌와의 교류 없이 우리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기초적인 반응입니다.
리듬 동조 반응
두 번째로는 리듬 동조 반응입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가 접하는 음악의 리듬에 동조화되는 반응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금요일 밤 클럽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큰소리와 빠른 리듬의 음악에 불편함을 느끼다가 잠시 후에는 그 음악에 동화되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음악의 맞추어 몸을 흔들게 됩니다. 반대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음악이 있는 곳에서는 자신의 몸도 같이 음악의 변화에 따라 가라앉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몸은 심장박동, 호흡, 맥박과 같은 일정한 리듬을 갖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의 리듬이 다른 외적 리듬을 접하게 되면 동조화되기도 합니다. 뇌간반사 반응, 리듬 동조화 반응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갖는 반응이죠.
형성된 음악적 감정반응
세 번째 반응은 경험에 의해 형성된 음악적 감정 반응으로 평가적 조건이 작용하는 반응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아침을 깨우는 알람 소리를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들을 때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순간적으로 짜증이 몰려오시나요? 아무리 신나는 음악일지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든 사람이라면 그 알람 음악은 여러분에게 짜증이라는 평가적 조건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음악의 정서적 특징보다는 어떤 사건, 또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음악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첫사랑의 음악, 군대 음악, 사춘기 시절의 음악, 뭐 힘든 시절의 음악 등 우리의 인생에서 즐겁거나 힘들었던 시기에 함께 했던 음악은 외적인 평가적 조건을 가진 음악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인생에서 긍정적 평가적 조건을 가진 음악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 보세요. 행복했던 시간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평가적 조건을 가진 음악이 몇 개나 있나요? 평가적 조건은 개인적인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음악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감정적 전염
네 번째로는 주관적인 평가보다는 음악 자체가 전달하는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하면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감정적 전염입니다. 여기서 전염은 바이러스의 옮김의 의미가 아닌 영어의 Contagion으로 여러분이 정서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 있을 때 슬픈 음악, 신나는 음악, 또는 평화스런 음악에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노출된 음악에 감정이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즐거운 사람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적 또는 반대로 늘 우울한 사람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우울한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아무리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우리 두뇌에는 타인의 행동, 소리, 표정 등에 같이 공감하고 모방하는 거울신경세포가 있기 때문이죠. 우리 두뇌의 거울신경체계는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공감능력을 위해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타인의 찡그린 표정에 타인의 불쾌감을 유추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거울신경체계의 작용 때문이죠.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가사가 없는 기악 음악만을 듣고도 음악의 빠르기, 모드, 다이내믹과 같은 음악적 특징으로 음악이 전달하는 정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열정' 1악장을 들으면서 안정과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열정 소나타의 빠르고 힘 있는 음들의 역동을 들으면서 강한 에너지를 느끼는 것은 음악이 전달하는 정서적 내용이 우리에게 전염되었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것은 감정의 전염은 불행하거나 화난 음악보다는 쾌활하고 편안한 음악에 더 잘 일어난다고 합니다.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 개인적으로 기분을 좋게 하는 감정을 일으키는 음악을 선택하여 듣는다면 음악적 감정에 전염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시각적 심상
다섯 번째 음악적 감정을 일으키는 요소는 음악을 통해 경험하는 시각적 심상입니다. 모든 음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때론 음악이라는 청각적 세계를 통해 시각적 심상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자연을 묘사하는 많은 작곡가들의 음악은 음악의 표제처럼 자연의 느낌을 온전히 전달해 줍니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들으면서 얼음이 녹고 만물이 새싹이 돋아나는 심상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그리그의 페르퀸트 '조곡'을 들으면 상쾌한 아침의 푸른 숲을 떠올리게 되니까요.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은 영화음악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음악 자체가 화면과 내용을 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죠. 음악의 분위기와 내용에 적합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기억 속에서 꺼내와 정서적 반응을 보입니다. 우리 뇌의 청각과 시각 그리고 기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음악적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에피소드 기억
여섯 번째 음악적 감정 반응으로는 에피소드 기억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음악과 삶에서 특정 에피소드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음악적 감정입니다. 결혼 후 세월이 지나 우연히 들은 결혼식 날의 축가는 그날의 기억을 새롭게 떠올리게 합니다. 마치 다시 그 날로 돌아간 것처럼 떨리는 감정이 현재 재현되기도 하죠.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은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하여 감정반응을 일으킵니다. 음악은 곧 기억의 통로가 되고 그 기억에 대한 감정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현재 그 음악에 대한 감정 반응도 달라집니다. 참 여기서 에피소드 기억과 평가적 조건에 대한 음악적 감정 반응을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엄격한 의미에서 평가적 조건은 음악이 조건화로 작용하는 행동주의 이론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광고 음악을 예를 들어 볼까요. A라는 커피에 우리는 좋지도 싫지도 않은 중립적인 입장에 있습니다. 이때 A 커피의 광고음악이 여러분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면 중립적이던 A 커피에 대한 이미지가 음악에 의해 조건화 됩니다. 여러분이 어린 시절 가족들 간에 화목하게 저녁을 먹던 시간에 들었던 고정 TV 음악이 있다면 커서도 그 음악은 어린 시절의 가족의 따스함과 행복이라는 정서가 조건화 된 것입니다. 반면 에피소드 기억은 평가적 조건보다는 포괄적인 의미로 평가적 조건처럼 좋고 싫음의 평가라기보다는 전반적인 기억의 활성화를 의미합니다.
음악적 감정
마지막으로 음악적 감정을 일으키는 조건으로는 음악적 기대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음악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랐느냐에 따라 약 6세 전후에 자신이 속한 문화의 음악적 도식을 내재화 합니다. 예를 들어 서양 조성체계의 음악 문화에서 자란 우리들은 V-I로 끝나는 화성 진행을 음악의 끝 종지로 생각합니다. 화성은 당연히 I도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고요, 또 한 번 도약하면 하강하는 것을 기대합니다. 만약 이러한 음악적 기대가 지연되거나 어긋나게 되면 그것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나타납니다. 음악적 기대는 다른 음악적 감정 반응과 달리 가장 늦게 형성되는 기제입니다. 문화 안에서 학습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여기 나온 음악에 대한 정서적 반응의 종류는 단순히 음악에 대한 인간의 감정반응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감정의 유용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음악치료에서도 핵심적인 치료기제로 사용됩니다. 우선 뇌간 반사 반응은 생존을 위해 가장 원초적인 반응 기제입니다. 갑작스런 외부 자극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램화 된 것이지요. 리듬 동조화 반응은 반복적인 신체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합니다. 음악치료에서는 음악에 대한 리듬 동조화 반응을 이용하여 음악의 시간적, 리듬적, 공간적 요소를 운동 재활에 활용합니다. 평가적 조건은 무엇이 좋은지 학습하도록 돕습니다. 음악치료에서는 소리 또는 음악의 조건화를 통해 행동의 수정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음악을 통해 내담자의 문제를 탐색하기도 합니다. 감정의 전염은 감정이입 공감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사회성을 위한 필수적인 것으로 사람들과 유대감을 갖도록 돕습니다. 시각적 심상은 우리가 하려는 일을 '마음속으로 연습'하는 시뮬레이션에 해당합니다. 음악치료에서는 음악을 통해 내면 깊숙한 심리적 내용을 상징적인 심상으로 떠올리게 하여 내면을 통찰하게 해주죠. 심상음악치료라는 음악치료 모델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음악과 심상은 음악심리치료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입니다. 에피소드 기억은 상황을 어떻게 여기는지 파악하도록 돕습니다. 음악치료에서는 특히 노인들을 위한 음악치료에서 과거를 회상하게 하여 정서와 기억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음악적 기대
마지막으로 음악적 기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평가하고 준비하도록 돕는 기능을 합니다. 타인의 말을 들을 때 우리는 말의 문장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완성된 말을 기대하고 반응을 준비합니다. '도와주셔서 참. ' 이런 말을 들으면 그 다음에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미리 예상하고 '천만에요.'라는 말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음악에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기보다는 우리 마음속에 각인된 음악 문법에 따라 음악을 기대합니다. 이 기대가 항상 정확하게 부합한다면 그 음악에 대하여 새로운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어린 시절 동요는 어린이에게 적당한 각성을 일으키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음악적 기대에 항상 부합하는 뻔하고 지루한 음악이 되죠. 반면 우리가 내재화한 음악 문법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조성음악이 아닌 현대음악과 같은 음악은 친밀감과 호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문법에 어느 정도 기대에 부합하고 그 기대를 어떻게 지연, 해소하는지 때론 기대를 어긋나는 음악적 표현에 따라 우리의 감정은 달라집니다.
'음악 치료, 좋은 음악, 음악 치료 효과, 태교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음악과 뇌파의 관계 (1) | 2022.07.23 |
|---|---|
| 음악의 사회적 기능 구분과 역할 (0) | 2022.07.23 |
| 음악을 들을 때 뇌가 반응 하는 것 (0) | 2022.07.22 |
| 음악의 기원 이론 - 엄마와 아기와의 소통, 집단 유대감과 결속을 위한 목적 (0) | 2022.07.22 |
| 인류 음악의 기원에 관한 진화론적 관점 (0) | 2021.11.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