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정신치료 최면의 역사

정신치료의 역사에서 음악의 사용에 관한 주제로 음악과 최면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최면은 기록에 따르면 약 5000여 년 전부터 행해졌던 치료방법이었습니다. 과거 주술사 또는 종교인들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거나 주문을 외우면서 최면을 유도했고 환자의 최면 상태에서 암시 치료를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암시는 환자가 최면상태일 때 주술사가 예를 들면 '당신의 몸에 모든 악령이 사라졌으니 당신은 이제 건강해졌습니다. '라는 식으로 암시를 정신적으로 무방비한 환자에게 주입함으로써 치료를 했던 방식이죠. 최면은 효과적인 치료방법이기도 했지만 과학과는 대척점에 있는 영역인 신비의 영역이었습니다. 이런 최면이 근대정신의학의 시작과 함께 과학적 이론을 토대로 인간의 정신과 몸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장합니다. 그 시작은 오늘날 최면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톤 메즈머(Friedrich Anton Mesmer)였습니다. 주술 의식에서 빙의나 악령퇴치와 같은 초자연적 현상에 동반되던 음악은 18세기 근대 과학의 도래와 함께 정신의학에서 최면을 유도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18세기 메즈머는 환자 치료에 피아노, 바이올린, 하프시코드, 글라스 아르모니카 등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하여 최면을 유도하였습니다. 특히 글라스 아르모니카는 그의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는 중요한 악기로 등장하는데요. 글라스 아르모니카는 글라스에 물을 넣고 문지를 때 나는 소리를 악기로 만든 것인데요. 고음역의 울리는 소리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메즈머가 최면치료에 음악을 사용한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무드 조성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자신의 치료 이론의 핵심인 전기적 유동체가 소리에 의해 소통되고, 전파되고 강화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음악이 자기(magnetic)의 흐름을 더 유연하게 하여 환자의 병든 부분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여기서 그럼 메즈머의 치료 이론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겠습니다.
메즈머의 치료이론
과학자였던 메즈머는 우주에는 보이지 않는 물리적 힘이 작용하여 인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러한 힘의 우주 유동체(cosmic fluid)는 자석에 저장되었다가 환자에게 전이될 때 치료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자석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였고 후에는 자기 자신이 자기적인 힘을 방출할 수 있는 치유의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행동은 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치료행위 과정에서 여성 환자들과의 신체적 접촉 때문에 당시 사회적으로 공중도덕에 해를 끼치는 불온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의 치료는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면서 추앙과 비판을 받기도 하였지만 최면에 음악을 사용한 시도는 후에 음악이 개인의 자치성과 성적 자기 통제력을 잃게 한다는 오해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메즈머가 음악을 사용하여 환자를 트랜스 상태로 유도하였고 자기를 이용한 치료과정에서 옷을 벗기고 병든 신체 부분을 만지는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아무 저항 없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메르 머릭 음악(mesmeric music), 메즈머 스타일의 음악으로 불리며 이 음악의 힘이 사람의 의지를 무력하게 하고 여성들에게는 성적으로 미혹되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는 소문으로 인해 결국 프랑스 왕의 명령으로 특별 조사가 이루어질 만큼 이 사건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킵니다. 당시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메즈머와 동시대를 살았던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시판 뚜떼”(cosi fan tutte)에서 메즈머 리스트, 최면가를 말하죠. 메즈머 리스트는 이상한 기법을 사용하여 여자를 꼬여내는 사기꾼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메즈머가 주장하는 자기설은 후에 양자 물리학에서 전기적 자성(electromagnetism)이 신체 내의 화학적 반응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당시 그의 이론은 전혀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것으로는 볼 수는 없습니다. 비록 그는 당시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최면치료와 음악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했던 최초의 치료사였습니다. 메즈머 이후 정신 의학자들은 최면을 신비적 마술 현상이 아닌 과학으로 설명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최면에 사용되는 음악 또는 소리에 대하여서도 음악이 우리 신경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 차원에서 연구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정신 의학자들이 음악적 최면을 주술이 아닌 과학적 현상으로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죠.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는 샤르코를 중심으로 르냐르, 비네, 페레 등 당대 정신 의학계를 이끌던 저명한 의학자들이 최면에 공(gong), 튜닝포크(tuning fork), 자장가 등을 사용하였습니다. 당시 정신 의학자들이 사용한 음악 또는 소리는 미적, 정서적 차원의 접근이라기보다는 물리적 자극으로서 의식의 변성을 유도하고 최면상태에서 환자의 행동과 마음을 조정하기 위한 일종의 싸인 같은 것이었죠. 환자는 수동적으로 치료사가 제시하는 소리에 자동반응(automatic response) 또는 자동반사(automatic Reflex)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완전히 긴장이 이완되기도 하고요. 온몸이 강직된 카터렙시(catalelpsy) 상태를 나타내기도 하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치료사의 지시대로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종이 한 번 울리면 완전히 온몸이 편안하게 될 것입니다. ' 여기서 종소리는 최면에서 흔히 최면 치료사가 제시하는 자세, 행동, 심리상태를 환자에게 지시하는 소리 단서로 이용되는 것이지요. 당시 정신의학자들은 최면에 소리 단서를 사용하여 환자를 조정했는데 이때 최면에서 보여준 환자들의 소리 또는 음악에 대한 자동반응 현상은 후에 생리 심리학(physiological psychology)의 출현에 기틀이 됩니다. 음악적 최면은 의식적 마음(conscious mind)을 넘어서 곧바로 자동적인 신체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19세기 히스테리 치료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치료사가 음악을 이용하여 환자에게 최면을 유도하고 최면 상태에서는 소리 신호를 통해 행동을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정신 의학자들은 음악적 최면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을 밝혀 낼 수 없었습니다. 샤르코는 최면을 유도하고 그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행동까지 조정하는 물리적 자극으로서의 소리에 대한 과학적 규명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의 기록에 따르면 그가 청각자극과 최면의 관련성에 대하여 합리적인 설명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최면치료에서 음악은 외부 자극의 차단, 집중, 몰입의 과정을 거쳐 의식의 변성 상태 곧 최면상태로 들어가게 합니다. 또한 최면 상태에서 음악 또는 소리를 이용한 치료사의 암시는 환자 의식의 비판과 저항을 넘어서 치료사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게 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었죠. 그러나 음악의 예술적, 심리적 측면을 배제하고 물리적 현상만으로 최면을 설명하려 했던 과학적 접근만으로는 음악적 최면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것입니다.
정신치료와 최면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정신치료 psycho-therapy는 최면적 암시 hypnotic-suggestion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만큼 정신 치료에서 최면은 일반적이었고 음악은 최면과 치료의 효과를 위해 보조적인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근대정신의학 초기 샤르콕이 히스테리 치료에 최면을 사용하면서 정신의학계에서 보편화되었던 것이죠. 그러나 정신의학에서 최면치료는 근대정신의학의 거장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가 외면하면서 하향곡선을 그리게 됩니다. 프로이트도 처음에는 히스테리 환자들을 위해 최면을 치료에 사용했지만 최면에서 나타난 내용이 일관되지 못하단 이유로 최면을 버리고 대신 자유 연상 기법을 택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프로이트가 최면을 잘 걸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뭐 정설은 아니니까 믿을 순 없죠. 정신의학에서 최면치료는 프로이트가 외면하면서 이후 다시 주술적, 신비적 세계로 가라앉습니다. 그러다 최근 다시 정신의학자들과 임상심리학자들이 최면을 재조명하면서 최면은 신비적 접근이 아닌 치료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음악 치료, 좋은 음악, 음악 치료 효과, 태교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음악지각 인지 원리와 두뇌에서 처리과정 (0) | 2022.07.31 |
|---|---|
| 음악은 어떻게 우리 감정을 조절하는가? (0) | 2022.07.26 |
| 음악 심리치료가 효과적인 이유 (0) | 2022.07.26 |
| 태교음악 선곡 방법과 태교에 좋은 음악 장르 추천 (0) | 2022.07.25 |
| 태교 음악 치료하는 방법과 원리 (0) | 2022.07.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