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어떻게 우리 감정을 조절하는가?

음악은 어떻게 우리 감정을 조절하는가?

음악은 어떻게 우리 감정을 조절하는가?
음악은 어떻게 우리 감정을 조절하는가?

과거 음악의 사회 심리학적 기능은 개인적인 감정표현과 개인이 속한 문화권에서 사회적 공유와 나눔, 즐거움, 미적 체험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현재는 음악을 통한 개인적인 자기 조절(self-management)이 새로운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볍게 휴대할 수 있는 기기의 편의성과 음악의 접근 용이성 때문에 일상에서 음악을 통한 무드 조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이제 현대 사회에 만연한 음악의 사회심리학적 특징이죠. 이제 우리는 풍부한 음악 정보를 자기 주도적으로 자기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음악을 통한 자기 조절이 어떠한 이유에서 효과가 있는지 이론적 배경과 자기 치료(Self-therapy)를 위한 효과적인 음악 사용방법에 대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음악을 통한 자기 조절이 되는 이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동서양의 학자들은 음악이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습니다. 당시의 그들의 주장은 이제 현대 과학에서 음악이 어떻게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부분적으로 밝혀집니다. 그것이 동조화(Entrainment) 현상과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의 존재입니다. 1665년 네델란드의 과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한 방에서 각각 다르게 움직이는 시계의 시계추들이 다음날 똑같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주기로 움직이던 시계추들이 동시성을 갖고 움직이게 된 것이죠. 이 작은 발견으로 인해 자연은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 상태를 찾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동한다는 동조화 현상이 알려지게 됩니다. 동조화 현상은 물리학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음악에 반응하고 자신도 모르게 음악에 체화되어 생리학적 변화를 설명하는 생리 음악학(Biomusicology)의 기반이 됩니다. 우리는 빈번하게 외부 자극에 신체 리듬이 변하는 다시 말해 외부 자극의 진동 주기에 동조화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빠른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든다거나 멜랑콜리한 음악에 왠지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나의 몸의 리듬이 음악에 동조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살아 있는 유기체는 고유한 진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박, 호흡, 심장박동 등은 일상에서 규칙적인 리듬으로 작동합니다. 그러나 때론 외부 자극에 의해 또는 내적 상태에 따라 그 박자가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나의 신체적 리듬은 정서상태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호흡이 가빠지거나 심장이 갑자기 두근두근 거리거나 하는 공포, 분노와 같은 정서적 상태나 우울하고 늘어져서 아무런 에너지도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쾌한 신체 리듬을 조절하기 위해 음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신체리듬으로 동조화시키기 위해서죠. 여기 한 예가 있습니다. 당신은 회사에서 스트레스로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때론 상사나 배우자와의 갈등이 불안과 짜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때 당신이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것들 중 하나가 마음을 달래고 이완시키는 음악을 듣는 것이죠.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한 것은 내적으로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로 다다르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음악으로 당신이 진짜 원하는 평화로운 내적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우선 자신의 상태와 동일한 동종의 음악을 쓸 것인가? 아니면 반대의 음악을 쓸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정도가 강하지 않으면 현재 자신의 상태와 반대되는 이종의 음악(Allopathic Music), 정서적으로 느끼는 강도가 강하면 동종의 음악(Homeothapthic Music)으로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회사에서 연속회의와 과도한 업무 그리고 만원 버스로 퇴근한 후 높은 스트레스 상태일 때 동종의 음악보다는 이완시켜주는 음악이 맞을 것입니다. 반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실패 등과 같은 강한 정서적 상태에서는 동종의 음악이 맞습니다. 슬픈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즐겁고 행복한 음악은 오히려 더 큰 고통이자 짜증을 유발하기도 하니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분이 우울할 땐 밝은 음악을, 스트레스로 가득할 땐 평화로운 음악을 선택하는 걸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와 전혀 거리가 먼 반대의 음악을 적용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생각하는 것처럼 외적 자극에 쉽게 동조화되지 않습니다.

동질성의 원리

음악적 접근의 시작은 현재 자신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음악치료에서는 이것을 동질성의 원리(Iso Principle)라고 하죠. 그러나 우선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감정의 강도 또는 내용에 따라 동종 또는 이종의 음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조화 현상과 함께 음악의 영향력을 뇌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거울신경세포이죠. 1990년대 이탈리아의 신경생리학자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는 우리 두뇌에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을 거울처럼 인지하고 모방하는 특별한 신경세포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은 심리학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발견이 되죠. 심리학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으로 알려진 '마음 이론' 'Theory Of Mind'가 우리 두뇌에 거울신경세포 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음악에서 거울신경세포는 운동과 감정의 측면에서 활성화됩니다. 운동 영역에서는 타인의 노래나 연주곡이 자신에게도 익숙한 경우 그 음악을 듣고만 있어도 우리의 해당 운동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가수의 콘서트 장에서 공연을 보고 있습니다. 이때 여러분은 수동적인 감상자의 위치에 있지만 실제 가수가 노래할 때나 연주할 때 연주자와 유사한 또는 상응하는 두뇌 운동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혹시 인지하셨나요? 가수가 열창을 한 후에는 객석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헛기침을 한다는 것을요. 자신이 노래를 부른 것도 아닌데 마치 자신이 열창을 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운동 영역도 가수와 똑같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죠.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우리가 음악이 전달하는 정서에 공감하는 것은 거울신경체계의 활성화 때문입니다. 이것은 음악적 메시지의 전달자와 지각자가 음악이라는 시간적 동시성 안에서 공유하는 데서 나타나는 음악적 경험의 합동 표상을 말합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여러분이 스트레스로 가득한 상황에서 평화스러운 피아노 음악을 듣고 음악에 몰입하면 여러분의 두뇌의 거울 신경세포들이 음악이 전달하는 느낌과 내용에 활성화되어 평화스러운 느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거울신경 체계의 활성화로 연주자와 청취자의 음악적 경험의 합동 표상(Co-representation)이 이루어진 것이죠. 과학적으로 동조화 현상이 소리라는 물리적 진동에 우리 신체가 동조화되는 현상이라면 거울신경세포는 신체적 동조화뿐만 아니라 심리적 동조화까지 만들어 음악적 느낌, 분위기에 나의 신체와 감정이 변하게 하는 것이죠. 여러분이 음악에 영향을 받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동조화 현상과 거울신경세포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조화 현상과 뇌의 거울신경체계는 엄격한 구분을 짓기 어렵습니다. 신체적 변화가 심리적 변화를 유도하고 심리적 변화가 다시 신체적 변화를 유도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때의 두뇌 반응

최근 급진적으로 발달한 뇌 영상 기술로 인해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두뇌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신경과학자 블러드(Blood)와 자토르(Zatorre)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동안 뇌의 보상과 긍정적 감정에 연관된 뇌 부위로 가는 혈류는 증가하고, 편도체로 가는 혈류는 감소했다고 합니다. 편도체는 뇌에서 공포 감정을 담당하는 것으로 연구결과는 음악을 듣는 동안 쾌락 중추는 열심히 일하고 공포 중추는 쉬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죠. 또 퀠시(Koelsch)와 그의 연구팀에서도 경쾌한 춤곡을 들으면 다양한 감정과 연관되는 뇌 부위들의 혈중 산소 수치가 올라가고 편도체의 산소 소모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혈중 산소량은 해당 뇌 부위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리고 불쾌한 느낌을 주는 음악은 이와 반대되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음악 신경과학에서 나타난 결과는, 뇌는 일상적인 감정에 반응하는 것처럼 음악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유쾌한 음악은 뇌의 쾌락 중추를 활성화시키고, 공포 중추를 진정시키고, 불쾌한 음악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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